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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3, 2007

주사로 뇌질환 치료 길 열렸다

한국일보 사회면

주사로 뇌질환 치료 길 열렸다

韓美 연구팀, 혈액뇌장벽 침투 물질 발견 네이처 발표…알츠하이머 등 치료 새 장

주사로 뇌염과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미 공동연구팀에 의해 제시됐다. 약물이나 유전자가 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혈액 뇌장벽(BBB)’이라는 방어시스템을 극복하는 길을 밝혀 낸 것이어서 획기적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이상경 한양대 응용생명공학부 교수는 하버드대 의대, 삼천리제약 정경은 이사 등과 공동으로 광견병 쥐를 유전자 치료한 연구성과를 17일자 네이처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통상 약물을 먹거나 주사하면 약물이 혈관을 통해 온몸에 퍼져 효과를 내지만, 뇌에는 ‘혈액 뇌장벽’이 있어 일부 지용성 약물을 제외하고는 약물이 도달하지 못했다. 이 교수팀은 광견병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증식하는 것에 착안, 뇌염 바이러스 단백질 중 혈액 뇌장벽을 뚫는 펩타이드 (단백질의 일부분)를 찾아냈다. 이 펩타이드에 뇌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siRNA를 결합시켜 뇌염에 걸린 쥐에 주사하자 펩타이드-siRNA 결합체가 뇌까지 침투해 치료효과를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뇌염 쥐의 80%가 살아 남았고, 주사를 맞지 않은 쥐는 모두 죽었다. 이 교수는 “약물을 펩타이드에 결합 시키거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RNA 조각을 펩타이드에 결합시켜 뇌에 침투하도록 하면 뇌염이나 광견병 같은 감염질환,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퇴행성 질환 등을 치료할 방법이 열리는 것” 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연구 성과는 혈액 뇌장벽을 뚫는 ‘침투조(펩타이드)’를 발견한 것이며, 이 침투조를 어떤 화기로 무장시키느냐에 따라 다양한 뇌 질환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2005년 한양대 교수로 부임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